사회복지에서 진심을 다하는 실천가 모델을 이야기 할 때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든다. 대가 없는 호의, 고통받는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 직업적 책임감, 그리고 타인을 향한 진실한 배려. 이는 분명 사회복지 현장에서 우리가 지켜가야 할 중요한 지향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사마리아인은 그날 이후 어떻게 살았을까?
1. 혼자서 다 하려다 생기는 문제
우리는 좋은 동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거절을 잘 못 한다. "내가 조금 더 고생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남들이 미루는 일까지 맡는다. 처음엔 보람차지만, 시간이 갈수록 일이 한 사람에게만 쏠린다.
거절하지 않으니 일이 계속 쌓이고, 책임지려 하니 끝까지 혼자 끙끙 앓게 된다. 결국 도와주려던 따뜻한 마음은 간데없고,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만 들게 된다. 여기서부터 마음의 균형이 무너진다.
2. 마음이 닳아버리는 신호
사회복지는 서류만 만지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상대하는 일이다. 그래서 몸보다 마음이 더 빨리 지친다. 이용자가 힘들면 내 마음도 아프고, 동료들 사이의 갈등도 내가 다 해결해야 할 것만 같다.
주변에서는 "역시 대단해, 잘 버티네"라고 칭찬하지만, 사실 내 안에서는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사소한 일에도 피로가 갑자기 올라오거나 사람 만나는 게 예전처럼 즐겁지 않다면, 그건 성격이 나빠진 게 아니라 마음의 에너지를 이미 너무 많이 써버렸다는 신호다.
3. 일이 많은 게 아니라 '반응'만 하고 있는 상태
이 상황은 단순히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에너지가 한쪽으로만 쓰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하루의 대부분이 예상하지 못한 요청과 즉각적인 대응으로 채워진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해결해야 하고, 계획보다 상황이 우선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급한 일에 먼저 반응하게 되고, 중요한 일은 계속 뒤로 밀리며 결국 하루가 ‘처리’로만 끝난다. 문제는 이게 반복된다는 것이다. 눈앞의 일은 계속 해결되지만 정작 나의 에너지는 회복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쉴 틈 없이 반응만 하고 있는 상태가 된다. 이 상태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피로는 줄지 않고 계속 쌓인다. 그래서 필요한 건 더 잘하는 게 아니라, 내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 선택하는 방식이다.
4. 끝까지 곁에 남는 법
사회복지의 목표는 단순히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내일도, 내년도 이 자리에 웃으며 남아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한 번 크게 힘을 쓰고 쓰러지는 영웅보다는, 적당히 힘을 나누어 쓰며 오래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말하고, 힘든 건 동료와 나누는 것은 이기적인 게 아니다. 더 오래, 더 깊게 사람들을 돕기 위해 꼭 필요한 '나만의 조절'이다.
결론: 덜 무너지는 구조가 가장 현실적인 복지다
현장에서 끝까지 남는 사람은 가장 많이 퍼주는 사람이 아니다. 어떻게 해야 내가 덜 지칠지 고민하고 선택한 사람이다. 사마리아인의 따뜻한 마음은 간직하되, 일하는 방식은 달라야 한다. 한 번의 선행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매일 반복해도 지치지 않는 나만의 규칙이 필요하다.
좋은 사람일수록 먼저 사라지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결론은 단순하다. 덜 무너지는 것이 끝까지 내 일을 책임지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거창한 다짐이 아니라,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스스로 정해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당신이 무너지지 않고 그 자리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이미 커다란 복지다.
💡 이 글과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회의 때는 조용하다가 끝나면 '뒷말' 나오는 조직의 소름 돋는 이유
💭 "내 근무 때는 괜찮았다" 교대근무자의 착각
🌿 답답해 보이는 사회복지사입니다






